영화 가 현실로…범죄예측 시스템 ‘논란’

영화 가 현실로…범죄예측 시스템 ‘논란’

만약 당신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사람을 죽이고 싶다”거나 “학교를 불태우고 싶다”는 말을 자주 쓴다면 언젠가 불시에 경찰에 체포될지도 모른다. 당신이 곧 범죄를 저지를 ‘예비 범법자’이기 때문이다. 영화 가 현실화된 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범죄 예측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연 윤리적으로 옳을까.

영국 의 일요판인 는 9일(현지시각) 이른바 ‘빅데이터’를 이용한 경찰의 범죄 예방에 대한 심층 분석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런 ‘범죄 예측’ 기술은 실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샷 스포터’라는 기술은 수백개의 숨겨진 마이크와 센서를 이용해 총 소리가 나면 즉각 위치가 어디인지를 파악해 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자동 식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진짜 총소리를 구별해 내고 위치를 파악해 경찰에게 알린다. 경찰은 이 기술을 발전시켜 총소리를 탐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디서 총소리가 날 것인지를 예측하려고 하고 있다. 축적된 총격과 관련한 데이터를 예측 알고리즘에 접합시키는 것이다.

이런 범죄예측 프로그램은 이미 로스엔젤레스 경찰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프리드폴(PredPol·예측하다(Predict)+경찰(Police))이라는 이 프로그램은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어디서 강도나 자동차 절도가 발생하는 지를 예측한다. 애초부터 이 시스템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경찰들은 프리드폴이 경찰관들에게 다른 경찰의 관할지역 인접장소로 순찰을 가도록 추천하자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들이 이 프로그램의 추천대로 순찰을 돌면서 창문을 깨고 침입하려는 강도를 발견하는 경우가 잦아지자 반발도 수그러졌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엘에이 지역 5개 구역은 지난해 범죄율이 13% 낮아졌고, 산타크루즈의 경우는 30%까지 내려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다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뉴욕 경찰이 도입한 ‘도메인 어웨어니스 시스템’은 3000여개의 CCTV를 체포기록, 911 신고기록, 자동차 번호판 인식 기술, 방사선 검출기술 등과 결합해 범죄를 예측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술의 근원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의 예측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독자들이 전에 책을 샀던 기록을 이용해 앞으로 어떤 책을 구입할 것인지를 예측해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아마존은 예측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비밀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범죄를 예측하는 데이터의 원천으로 새롭게 각광받는 곳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들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지난해 13살짜리 여자애와의 데이트를 시도한 중년 남성을 경찰이 체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 포토디엔에이(DNA)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아동포르노 사진을 검출해 연방수사국(FBI)에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범죄 예방에 적극적이다.

페이스북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작동한다. 어떤 사용자가 18살 미만에게만 메시지를 보내고, 대부분의 친구가 여성이며, ‘섹스’나 ‘데이트’ 등의 메시지를 작성한다면 페이스북은 곧바로 이 정보를 경찰에게 알릴 수 있다.

버지니아주의 신생 기업인 ‘이시엠(ECM) 유니버스’는 아예 이런 정보를 전문적으로 사법기관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 홈페이지는 ‘사법기관을 위한 빠른 내용 분석’(Rapid Content Analysis for Law Enforcement)’라는 이름의 시스템이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그룹 등 수많은 커뮤니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감시 시스템”이라고 자랑한다.

는 범죄예측 시스템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지만 거기에 따르는 위험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우선 인권 침해 여지가 크다. 일반 사기업과 달리 경찰의 범죄 예측 시스템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는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특히 인종이나 전과기록에 따른 차별과 선입견이 알고리즘에 포함된다면 인권이 크게 침해될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된 결과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경찰은 거동이 수상하거나 범죄 징후가 보이는 등의 혐의점이 있을 경우에만 검문을 할 수 있다. 과연 범죄 예측 알고리즘의 추천 만으로 ‘잠재 범죄자’를 검문할 수 있을지는 치열한 법리 해석 논쟁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다년간 범죄예측 프로그램을 연구한 법학자 앤드류 거트리 퍼거슨은 “예측 알고리즘은 마법의 상자가 아니다”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범죄예측 프로그램은 범죄가 발생할 만한 취약점을 분석하는 틀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알고리즘은 강간이나 가택침입 등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는 범죄의 분석에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8월 홍콩과 오스트레일리아 주식시장에서 알고리즘 거래가 치명적인 오류를 드러내는 바람에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던 사례에 비춰보면 아무리 잘 짜여진 알고리즘이라도 잘못된 분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개인이 자유롭게 올린 의견이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도 치열한 논쟁거리다.

신문은 우선 경찰의 범죄 예측 알고리즘의 작동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과 소셜네트워크 회사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어디까지 감시할 것인가 하는 확실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경찰보다 범죄를 예측하는 데 더 효율적인 도구라면, 경찰이 민간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 것 이상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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